건망증이 심한 나는, 퇴근할때 우산을 가지고 가는 것을 종종 잊는다.
오늘도 그랬다.
게다가 나는, 당장 회사를 나설 때 비가 오지 않으면, 두고 온 것을 깨달아도 다시 가지러 가지는 않을만큼의 게으름도 피울 줄 안다.
퇴근 후에 헬스클럽에 들러 운동을 하고 나왔더니, 얄밉게도 비가 온다.
버스를 타고 동네에 와서 내렸는데, 운좋게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딱 맞게 들어왔다.
아싸, 하고 달려가다가 문득 생각이 나 뒤를 둘러보니, 내가 방금 떠나온 블럭 쪽에 빠알간 우체통이 보인다.
만세, 만세, 만세.. 속으로 만세 삼창을 외치며 다시 뒤로 달려갔다.
신호대기중이던 운전자들이 보기엔 얼마나 이상했을까.
빗속을 달려가던 여자애가, 갑자기 돌아서서 두리번거리더니, 뒤로 다시 달려갔으니.
두근. 두근. 설레이는 마음을 담아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보는 것이..
그리고 다시 횡단보도 앞에 왔을 땐, 다음신호까지 한참이 남아있었다.
후우... 점점 추워지는 것도 같고.. 떨어지는 빗방울도 점점 많아지고..
방금 샤워하고 머리도 말리고 나왔는데, 참....... 하며 속상해 하고 있었다.
문득, 뭔가가 기억났다.
형체가 있는 무언가가 기억난 것은 아니다.
단어도 아니고, 형상도 아니고, 소리도 아니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래된 무언가가, 생각났다.
그리고 생각했다...
'맞아.. 난 비맞는걸 좋아했었어... 잊고있었네....'
어깨를 쫙 펴고.. 눈을 감고.. 고개를 들고....
비를 맞아들이기 시작했다.....
신호가 바뀌고.. 한걸음.. 한걸음.. 걸을때마다..
점점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샴푸의 향긋한 향기..
머라이어 캐리의 감미롭고 경쾌한 음악..
젖은 바닥에 화려하게 비쳐 춤추는 세상의 모습..
뜨겁게 달궈진 머릿속을 식혀주려는 듯한 차가운 빗방울..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낭만적인 순간....
모든것이 사랑스러워지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를 지날때마다 수없이 많은 반짝이는 물방울들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깊은 숨을 들이킬때마다,
내 속엔 공기 대신 행복이 차오르고 있었다..
가슴 벅찬 행복.
정말 오랫만이다.
오늘도 그랬다.
게다가 나는, 당장 회사를 나설 때 비가 오지 않으면, 두고 온 것을 깨달아도 다시 가지러 가지는 않을만큼의 게으름도 피울 줄 안다.
퇴근 후에 헬스클럽에 들러 운동을 하고 나왔더니, 얄밉게도 비가 온다.
버스를 타고 동네에 와서 내렸는데, 운좋게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딱 맞게 들어왔다.
아싸, 하고 달려가다가 문득 생각이 나 뒤를 둘러보니, 내가 방금 떠나온 블럭 쪽에 빠알간 우체통이 보인다.
만세, 만세, 만세.. 속으로 만세 삼창을 외치며 다시 뒤로 달려갔다.
신호대기중이던 운전자들이 보기엔 얼마나 이상했을까.
빗속을 달려가던 여자애가, 갑자기 돌아서서 두리번거리더니, 뒤로 다시 달려갔으니.
두근. 두근. 설레이는 마음을 담아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보는 것이..
그리고 다시 횡단보도 앞에 왔을 땐, 다음신호까지 한참이 남아있었다.
후우... 점점 추워지는 것도 같고.. 떨어지는 빗방울도 점점 많아지고..
방금 샤워하고 머리도 말리고 나왔는데, 참....... 하며 속상해 하고 있었다.
문득, 뭔가가 기억났다.
형체가 있는 무언가가 기억난 것은 아니다.
단어도 아니고, 형상도 아니고, 소리도 아니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래된 무언가가, 생각났다.
그리고 생각했다...
'맞아.. 난 비맞는걸 좋아했었어... 잊고있었네....'
어깨를 쫙 펴고.. 눈을 감고.. 고개를 들고....
비를 맞아들이기 시작했다.....
신호가 바뀌고.. 한걸음.. 한걸음.. 걸을때마다..
점점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샴푸의 향긋한 향기..
머라이어 캐리의 감미롭고 경쾌한 음악..
젖은 바닥에 화려하게 비쳐 춤추는 세상의 모습..
뜨겁게 달궈진 머릿속을 식혀주려는 듯한 차가운 빗방울..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낭만적인 순간....
모든것이 사랑스러워지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를 지날때마다 수없이 많은 반짝이는 물방울들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깊은 숨을 들이킬때마다,
내 속엔 공기 대신 행복이 차오르고 있었다..
가슴 벅찬 행복.
정말 오랫만이다.
잊고있었어.. 작은 것에 감동하던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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