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모든 직업군이 다 그렇겠지만 전사는 유독 자신의 실력을 남에게 증명해야 한다. 똑같은 인스턴스 던전 리딩이라 할지라도 다른 전사들과 끊임없이 비교되기 때문에 전사들에 있어 빈틈없는 탱킹이란 가중하게 부과된 부담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전사를 택한 자의 숙명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짐이었기에 전사들은 항상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품고 있어야만 했다.

"하하 ^^: 전사님 무기 특성이신가 봐요? 장비가 좀 그런 것 같은데 웬만하면 방어 트리 타시죠.

전사를 죽이는 가시 돋친 말들… 악의 성이 없다고는 하나 어찌 남이 나의 특성을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인스턴스 던전에서 만큼은 전사들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들이다. 나의 장비는 나만의 장비가 아니고 나의 체력은 내가 관리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전사들은 문지방에 발가락 부딪친 상황처럼 아픔을 가슴속에 삭이는 수밖에 없었다.

아픔을 견딘다는 것

탱커에게 있어 어그로 관리는 성경의 구절을 빌리자면 시작과 끝, 처음과 마지막, 알파와 오메가라고 할 수 있다. 전사와 어그로는 손전등과 건전지의 관계처럼 서로 붙어 있을 때만 빛을 내며 따로 떨어져 있을 경우 둘 다 무용지물이 되거나 어느 한쪽이 빛을 잃는다.

솔로잉에서 문제될 게 없지만 10렙 중반부터 인스턴스 던전을 돌기 시작한 유저라면 어그로가 나를 버리고 떠났을 때 어떤 여파가 생기는지. 충분할 정도로 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어그로라는 것이 엿가락처럼 손에 철썩 달라붙는 게 아니라 여자친구의 기분만큼이나 들쑥날쑥 하기에 탱커들은 항상 고민에 빠진다.

그 고민의 봇짐은 고렙이 돼서도, 좋은 장비를 차고서도 계속 지고 갈 수밖에 없다. 전사들의 어그로를 먹는 스킬은 1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딜러들의 장비들은 1년 전과 비교하면 월등하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스턴스 던전에서 딜러들에게 어그로를 뺏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전사를 키우는 입장에선 자존심이 걸려있는 문제인지라 불만을 가슴속에 삭이며 묵묵히 리딩하는 게 지금 전사의 현주소이다.

자신의 스타일을 갖는다는 것

방특 전사 지고…
오래 전 그와의 인터뷰에서 본 필자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큰 감명을 받았다.

(전략)
그렇다면 끝으로 방특전사의 서러움을 말해주세요.
없습니다.
네? 그럴 리가요… 특집기사는 유저들에게 공감을 얻어야 하니 조금이라도 어려운 점이 있으면 말씀해 보세요 ^^
솔직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전 이 캐릭터를 오픈 베타부터 지금까지 키워오면서 단 한 번도 힘들다거나 어렵다고 생각 한 적이 없습니다. 흔히 방특전사는 PVP에서 밥이라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연구를 통해 방특전사도 얼마든지 전장이나 깃발전투에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힘들었다면 진작에 관뒀을 겁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전단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그의 단단하고 묵직한 대답에 필자는 샷 건에 한 방 맞은 좀비처럼 가슴 한구석이 휑하니 비워졌다.

정말 전사가 힘들지 않다고? 그것도 방특전사가?

전사를 키워보지 않는 본인조차 그 직업과 직책에 힘든 점을 글로 나열하라고 하라면 책 한 권 쓸 만큼 엄청난 분량이 나올 텐데… 그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 안 해봤다며 일축했다.

하하^^: 그렇군요. 뭐. 특별히 방특전사를 고집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저는 워크래프트 영웅 중 인간일 때 아서스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는 무리의 지휘관으로서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죠. WOW가 오픈 했을 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나도 아서스 처럼 무리의 리더가 돼야겠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전사입니다.
전사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탱커였고 탱커를 가장 빛나게 하는 특성이 방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방어특성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걸 숙명이라 생각합니다.

방특 전사 지고는 자신이 키우려는 캐릭터의 이상향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가장 최적화된 특성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모두가 암울하다고 생각했던 방특특성을 자신 만의 스타일로 소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시키는 이들에게 장비와 특성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무엇을 키워야 할지 알았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것은 훌륭한 음식이 되니깐 말이다.

당신은 아직도 전사를 꿈꾸는가?

전사를 키우는 유저들이 푸념을 늘어놓을 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전사라는 직업은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만 먹는다."

손가락에 쥐가 나도록 방어구 가르기 버튼을 연타하지만 어그로는 김준배의 다이아몬드가 좋아 떠나버린 순애의 마음처럼 사방팔방으로 날뛰어 버린다. 파티가 전멸하면 그 책임은 전사에게 돌아가고 그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를수록 자신이 키워온 캐릭터의 애정은 떨어져 간다.

하지만, 누가 택한 길인가?

누가 떠밀었나? 모르고 선택했다고?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고?

전사는 자신뿐만 아니라 남을 먼저 알아야 하는 직업이다.
파티를 맺고 인스던스 던전에 입장했을 때 전사는 이미 그 목숨을 파티원에게 맞기고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간다. 빗발치는 칼질과 쏟아지는 마법을 한몸에 받고 죽음에 문턱을 안방 넘나들듯 뛰어넘으며 자신을 믿는 동료들을 보호한다. 그것이 바로 전사이고 전사를 택한 자의 숙명이다.

전사를 키운다는 것. 그것은...

나를 포기하고 남을 얻는 것이다.

<글 - 악령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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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전사를 키워본 적이 없다.
아니 -_- 사제 말고 해본게 없다. ;;;
언제나 마나 쓰는 캐릭을 좋아하고, 밀리캐릭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터라,
와우를 할 때에도 역시 버퍼로 시작했으며, 부캐를 키워도 법사를 키울 예정이다.
혹시 밀리캐릭을 하더라도 도적이면 모를까, 전사는 생각도 안해보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부캐로 전사를 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역시 전사가 재미있어!' 라고들 말하는 것을 종종 듣게 된다.
인던에서 전사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갖는 생각이나 말하는 것,
전사가 갖는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그냥 어깨너머로 조금 알고 있던 나로서는,
왠지 윗글을 보니 전사가 새롭게,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전사를 선택하고 인내하며 키우고
재미있게 플레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특히 이 말 너무 멋지잖아..!!
  " 전사를 키운다는 것.. 그것은 나를 포기하고 남을 얻는 것이다 "  


근데.. 왜 하필이면 스크린샷이 타우렌 전사냐구.
무섭잖아. 덜덜덜.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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